기자수첩
2009/07/19 15:25
【서울=뉴시스】
"국민 여러분과 검찰 조직에 심려를 끼치게 된 점에 대하여 참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모든 것이 제 부덕의 소치입니다."
전임 검찰총장보다 3기수 아래라는 파격적인 인사로 주목받았던 천성관 서울중앙지검장이 17일 24년 검찰 생활을 마감하면서 남긴 말이다.
천 지검장은 '조직쇄신'이라는 깜짝 인사로 지난달 내정됐지만 '스폰서' 논란을 남긴 채 27일만에 공직생활을 접어야 했다.
마지막 퇴임식도 이례적으로 조그만 회의실에서 열렸다. 전 직원의 환송인사도 받지 못했다. 그의 마지막 요청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불명예 퇴직하는 상황에서 언론의 조명을 받고 싶지 않았을 것.
부장검사 이상 간부들만 참석한 가운데 6층 소회의실에서 30여분간 진행된 조촐한 퇴임식에서는 그의 과거 경력을 담은 영상물이 상영됐다고 한다. 이후 3분 이내면 족할 짧은 퇴임사가 낭독됐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천 지검장의 마지막 길에 배웅을 나온 검찰 직원들 역시 착잡한 표정이 역력했다. 한 검찰 직원은 "비가 오니 더 마음이 그렇다"고 애꿎은 하늘을 원망했다.
천 지검장은 그렇게 떠났지만, 검찰 내부분위기는 여전이 뒤숭숭하다. 이미 고검장급 고위직만 9자리가 공석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굵직하거나 민감한 수사는 손도 못 대고 있는 실정이다.
검찰총장 후보자의 낙마 사태의 결정적 단초가 된 검찰 내부의 스폰서 문화는 사실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검찰 윤리강령에도 이미 사건 관련자의 골프 금지 조항이 마련돼 있다.
지난 1997년 의정부 법조비리와 연이어 터진 99년 대전 법조비리 사건에서 이른바 명절 '떡값'과 '전별금' 몇 십만원으로도 검찰 간부들이 옷을 벗은바 있다. 지난해는 기업의 법인카드와 고급승용차를 얻어 타고 다니다 해임되거나 좌천된 검사도 발생했다.
스폰서 문제는 이전에 비해 많이 근절됐다고 하나 여전히 고질적인 내부 문화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천 지검장의 '검찰총장 도전 실패기'는 결국 스폰서 문화라는 검찰 내부에 남겨진 뿌리를 이번 기회에 뽑아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또 사법시험 기수에 집착하면서 동기나 후배가 총장에 지명됐다고 옷부터 벗는 관행도 다시 생각해볼 문제라는 여론의 지적이 따가웠다. 기수 문화에 집착한 나머지 지휘부의 공석으로 인해 수사가 사실상 중단됐다는 말이 검찰 내부에서 나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김달중기자 da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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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17 17:18
답답하다.
처음 일제고사 관련 가정통신문을 보낸 선생님들의 해임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할 때 실제로 그렇게 하지 않으리라 생각했었다. 말도 안 되는 조치 아닌가. 과거 역사책 속에서만 듣던 일들이 버젓이 현재 진행형이 되리라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마감이 없는 통신사에 다니다보니 하루하루가 정신이 없다. 실시간 쏟아지는 기사도 벅차지만 현장에 나가있는 후배들을 재배치하고 물먹은 기사를 체크하다가 뒤늦게 사회부 기사를 봤다.
거참. 세상이 미친 것 아닌지. 아님 내가 부적응하고 있는 것인지. 가정통신문 보냈다고, 일제고사 거부했다고 이런 식으로 해임이 가능한 것인지조차 납득하기 어렵다.
세상은 이렇게 돌아가는데 이곳 정치권은 한숨밖에 나오질 않는다. 연일 책임공방만 난무할 뿐, 주의 주장만 쏟아지는 국회가 정말 싫어지는 하루다.
내일은 한미 FTA 비준안으로 여야가 한바탕 한다고 한다. 질서유지권 발동에서부터 실력저지까지... 이곳 여의도는 어쩌면 세상과 단절된 곳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
